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총 3건
세상 힙한 K-컬처, 굿즈로 확장되는 예술의 경계
10월의 미술계는 잠시 숨을 고르는 듯하지만, 거리와 상업공간, 온라인 플랫폼 속에서는 또 다른 예술의 열기가 이어지고 있습니다.그 중심에는 더 이상 ‘작품’이 아닌, 예술을 닮은 굿즈(K-Goods) 가 있습니다. 한때 단순한 기념품으로 여겨지던 굿즈는 이제 새로운 예술 경험의 매개체가 되었습니다. 국립중앙박물관과 오리온의 협업 ‘비쵸비 에디션’처럼, 전통 유물인 ‘호작도’, ‘달항아리’가 감각적인 디자인으로 재탄생하고,뮤지엄숍 앞에는 전시보다 ‘굿즈’를 먼저 사기 위한 긴 줄이 늘어서죠. ‘예술의 소비’가 ‘소장과 실천’으로 변화하고 있는 순간입니다.K-컬처에서 K-아트로, 일상 속으로 스며든 예술-K-pop, K-드라마, K-패션으로 이어진 한류의 흐름은 이제 K-아트(K-Art) 로 확장되고 있습니다. K-컬처가 “세상 힙한 것”이 된 지금, 미술 또한 그 확장선 위에 있습니다. 세계 팬들이 한국 작가의 드로잉이 담긴 포스터, 전시 한정 오브제, 미술관 협업 MD를 수집하며 ‘작은 오브제’를 통해 한국 미학을 경험하고 있습니다.이제 해외 팬들은 단순히 한국 문화를 ‘소비’하는 데서 멈추지 않고, 한국적인 미학이 담긴 오브제를 ‘소장’하며 일상 속에서 예술을 향유하기 시작했습니다. MZ세대에게 예술은 투자보다 ‘취향의 표현’이고, 자신의 일상에 감각적으로 녹여내는 하나의 라이프스타일이 되었죠. 굿즈는 그렇게 예술의 문턱을 낮추며, 감상의 영역을 경험과 소유의 경계로 확장시키고 있습니다.이미지 출처 | 국립박물관문화재단 MU:DS경계에서 피어난 ‘K-붐’의 미학-K-컬처를 하나의 ‘K-붐’이라 부를 수 있다면, 그 근원에는 늘 경계(Boundary) 가 있습니다. 한국의 문화예술은 언제나 경계를 넘는 이야기들로부터 시작되어 왔습니다. 민족·정체성·이념·언어 등 수많은 경계 위에서, 한국 예술은 늘 자신만의 서사를 새롭게 써 내려왔습니다. 세계적 흥행을 이끈 ‘오징어게임’, ‘기생충’, ‘파친코’, 그리고 최근 애니메이션 '케이팝 데몬 헌터스'까지 이 작품들은 모두 ‘경계인’의 시선으로 세상을 바라보며, 한국이라는 복합적 정체성의 공간을 세계의 언어로 번역해낸 결과물입니다. 그 속에서 한국 문화는 더 이상 지역적 장르가 아닌 보편적 감수성의 언어로 자리 잡았습니다.이미지 출처 | Netflix & Sony Pictures Animation © Netflix. Used with permission.예술의 상품화인가, 예술의 민주화인가-최근 미술관들은 전시 기획만큼이나 굿즈 개발에 공을 들입니다. 전시의 아이덴티티를 담은 키링, 포스터, 북, 오브제들은 단순한 기념품이 아니라, 전시의 연장선상에서 새로운 감각을 제공합니다. ‘굿즈를 통해 작품을 다시 기억하게 만드는 것’, 그것이 지금의 미술관이 추구하는 확장된 관람 경험입니다.또한 MZ세대를 중심으로 한 소비자들은 예술을 ‘투자’보다 ‘취향의 표현’으로 받아들이며, ‘소유 가능한 예술’, ‘공유 가능한 굿즈’를 통해 자신만의 미적 정체성을 드러냅니다. 예술의 진입장벽이 낮아지면서, 한정판 굿즈는 새로운 형태의 미술 시장으로 진화하고 있습니다.물론 이 흐름에는 비판도 존재합니다. 굿즈가 예술의 본질을 희석시키는 상업적 장치로 보이기도 합니다. 그러나 ‘소유하지 않아도 즐길 수 있는 예술’, ‘일상에 스며드는 예술’이라는 관점에서 본다면 K-굿즈는 오히려 예술의 민주화를 이끌고 있다고 볼 수 있습니다. 이제 관람객은 ‘작품을 감상하는 사람’에서 ‘예술 경험의 참여자’로 변화했습니다. 굿즈는 그 참여의 매개체이며, 이는 예술이 대중과 더 깊이 연결되는 새로운 방식을 제시합니다.이미지 출처 | 국립박물관문화재단 MU:DS앞으로의 K-아트, ‘소비되는 예술’을 넘어-지금의 K-붐은 ‘민주화와 산업화, 그리고 개방성’이라는 세 축 위에서 자라난 세대가 만든 결과입니다. 이제는 그 다음 세대, 즉 새로운 창작자와 소비자가 만들어가는 ‘다음 K-컬처’를 고민해야 할 때입니다. 브랜드와 작가의 협업, 기술과 예술의 융합, 그리고 무엇보다 ‘지속가능한 문화 가치’를 중심에 둔 창작 생태계의 구축이 그 해답이 될 것입니다. K-굿즈는 그 시작점에 서 있습니다. 작은 굿즈 하나에도 시대의 미학과 감각, 그리고 경계를 넘는 이야기들이 담겨 있습니다. 그것이야말로 지금 우리가 주목해야 할 K-아트의 새로운 얼굴, 그리고 ‘세상 힙한’ K-컬처가 가진 진짜 힘입니다.큐레이터의 시선 | 작은 오브제 속에서 피어나는 감동-전시를 기획하면서 느끼는 것은, 관람이 끝난 뒤에도 작품의 여운은 오랫동안 사람들의 손끝에 남는다는 점입니다. 한 장의 엽서, 한정판 키링, 작은 오브제 속에는 작가의 세계와 관람자의 기억이 함께 머물며 새로운 감정을 만들어냅니다. 굿즈는 더 이상 단순한 부속품이 아닙니다. 그것은 예술을 일상으로 옮겨오는 행위이자, 감동을 실천으로 전환시키는 장치입니다. 예술이 상업화된다는 비판보다 중요한 것은, 그 안에서 예술이 스스로의 경계를 확장하고 지속가능한 문화 가치로 자리 잡는 과정이라는 점입니다.글 큐레이터 임혜지
2025 가을, 한국 미술을 물들이는 바다와 비엔날레
가을은 언제나 한국 미술계가 가장 활기를 띠는 계절입니다. 선선한 바람과 함께 야외 전시와 대규모 축제가 열리며, 예술을 향유하는 방식 또한 한층 풍요로워집니다. 특히 2025년 가을은 부산 바다미술제를 중심으로, 한국 미술이 지닌 대중성과 확장 가능성을 동시에 보여주고 있습니다. 2025바다미술제 전시전경 / 사진출처: 부산비엔날레조직위원회 부산 바다미술제: 바다 위의 예술 무대 - 부산 다대포 해수욕장에서 열리는 바다미술제는 1987년 시작된 이후 국내 대표 야외 미술제로 자리매김했습니다. 2025년의 주제는 ≪Undercurrents(언더커런츠): 물 위를 걷는 물결들≫로, ‘물 위를 걷는 물결들’이라는 시적 이미지를 통해, 다층적인 존재들의 미묘한 움직임과 잠재된 목소리를 하나의 장면으로 불러내고 있습니다. 여기서 말하는 ‘밑물결(undercurrent)’은 단순히 수면 아래의 힘이 아닌, 보이는 것과 보이지 않는 것, 위와 아래가 서로 교차하고 영향을 주고받으며 만들어내는 움직임을 상징합니다.이는 곧 사회 속에서 쉽게 드러나지 않는 개인의 목소리, 혹은 주류 밖의 존재들이 모여 만드는 새로운 움직임을 은유합니다. 바다라는 열린 공간을 무대 삼아 조각, 설치, 미디어아트 등 다양한 형태의 작품을 선보입니다. 넓은 모래사장 위에 설치된 대형 조형물, 파도에 반사되는 영상, 바닷바람에 따라 끊임없이 변화하는 설치물들은 자연과 예술이 어떻게 공존할 수 있는지를 잘 보여줍니다. 무엇보다 관람객이 직접 바다를 거닐며 작품을 ‘경험’ 할 수 있다는 점이, 미술관 안에서는 느낄 수 없는 특별한 체험을 선사합니다. 부산, 문화도시로의 확장 - 바다미술제는 단순한 축제를 넘어 부산이 국제 문화도시로 자리매김하고 있음을 상징하는 행사입니다. 같은 시기 열리는 부산국제영화제(BIFF), 부산비엔날레 등과의 연계는 이미 세계적으로 주목받고 있으며, 영화·미술·디자인이 어우러지는 도시의 문화적 정체성을 강화하고 있습니다. 즉, 바다미술제는 지역적 행사를 넘어 영화·미술· 디자인 등 여러 문화예술이 어우러지는 부산의 정체성을 대중에게 각인시키는 역할을 하고 있습니다. 부산은 이처럼 누구나 쉽게 접근할 수 있는 축제형 예술을 통해 예술의 문턱을 낮추면서도 국제적 위상을 높이는 도시 모델로 자리매김하고 있습니다. 2025바다미술제 전시전경 / 사진 출처 : 큐레이터 임혜지 성숙해지는 한국 미술 시장 - 한편, 이번 9월의 아트페어들은 단순한 축제를 넘어 성숙해지는 한국 미술 시장의 변화를 보여주었습니다. 과거에는 ‘누가 더 빨리, 더 비싸게 산다’는 경쟁이 부각됐다면, 이제는 작품의 본질적 가치와 작가의 목소리에 귀 기울이는 분위기가 뚜렷합니다. 특히 MZ세대 컬렉터들의 적극적인 참여는 한국 미술이 일시적 유행을 넘어 지속 가능한 시장으로 성장하고 있음을 보여줍니다. 이제 컬렉터들에게는 감동과 전략적 시각의 균형이 갤러리와 작가에게는 자신에게 맞는 현명한 선택이 중요해졌습니다. 앞으로 한국 미술은 블루칩과 신예가 공존하는 다층적 구조 속에서 한층 더 확장될 것입니다. 큐레이터의 시선 | 예술의 파도 위에 선 한국 미술 - 바다미술제는 자연과 예술이 만나는 지점을 통해, 예술이 대중과 함께 호흡할 수 있음을 보여주었습니다. 이번 축제는 단순한 야외 전시가 아니라 도시 전체를 하나의 예술 무대로 확장하는 실험이라 할 수 있습니다. 또한 부산은 바다미술제를 비롯해 국제영화제, 비엔날레 등 다양한 문화 행사를 통해 ‘문화도시’로서의 위상을 공고히 하고 있습니다. 이는 한국 미술이 지향해야 할 방향으로 전문성과 대중성을 아우르며 지역을 넘어 세계와 연결되는 길을 보여줍니다. 2025년 가을, 부산은 단순한 지역 축제가 아니라 한국 예술의 현재와 미래를 비추는 무대가 되었습니다. 불확실한 시대 속에서도 꿋꿋이 성장하는 시장, 그리고 자연과 함께 호흡하는 예술이 두 흐름이 공존하는 지금, 한국 미술은 새로운 전환점을 맞이하고 있습니다. 이번 변화는 단기적 성과를 넘어 더 단단한 구조와 국제적 위상을 쌓아가는 발판이 될 것이라 확신합니다. 글 큐레이터 임혜지
한국 미술계를 움직이는 9월, 아트페어의 계절
9월은 미술계에 있어 가장 활기찬 달입니다. 매년 이 시기, 서울은 Kiaf SEOUL(키아프 서울)과 Frieze Seoul(프리즈 서울)이라는 두 개의 대규모 아트페어 덕분에 전 세계 갤러리, 컬렉터, 아티스트들이 모여드는 무대가 되죠. 올해도 9월 4일부터 7일까지 코엑스와 서울 곳곳에서 열리며, 한국 미술시장의 현재와 미래를 함께 보여주었습니다.리암 길릭(Liam Gillick), 프리즈 서울 2025. 제공: Frieze 및 Wecap Studio. 사진: Wecap Studio 프리즈 서울 - 런던·뉴욕·로스앤젤레스에 이어 서울에서 개최되는 세계적인 아트페어블루칩 갤러리부터 떠오르는 신진 작가까지 글로벌 컬렉터와 기관들이 대거 참여Kiaf SEOUL 2025 사무국 제공키아프 서울 - 한국화랑협회가 주관하는 대표적인 국내 아트페어 전통과 현대, 국내 작가와 해외 갤러리를 아우르며 폭넓은 작품 스펙트럼을 제공두 아트페어가 같은 시기에 열리며, 서울은 단기간에 ‘글로벌 아트 위크’를 맞이합니다. 전 세계 컬렉터들이 동시에 방문하면서 한국 시장의 위상이 크게 높아지고 있습니다.현장의 공기: 북적임 대신 차분한 집중-Kiaf Seoul과 Frieze Seoul 2025는 팬데믹 이후 회복세를 넘어서는 의미 있는 성과를 보여주었습니다. 전년 대비 30% 증가했고, 현장은 북적임보다는 작품에 집중할 수 있는 차분한 공기가 인상적이었습니다. VIP 오프닝에서는 특히 Kiaf가 활발했는데, 여전히 국내 컬렉터들의 든든한 존재감이 느껴졌습니다. 단순히 ‘많이 팔린다’는 열기보다, 작품의 가치를 차분히 살피며 수집하려는 태도가 인상적이었어요.블루칩부터 신예까지: 다양한 층위의 미술시장-국제적인 메가 갤러리 부스에서는 굵직한 거래가 이어졌습니다. Hauser & Wirth는 마크 브래드포드(Mark Bradford) 작품을 약 450만 달러에 판매했고, 조지 콘도(George Condo)조지 콘도 120만 달러 루이즈 부르주아 (Louise Bourgeois) 드로잉 60만~95만 달러 등 거장들의 작품도 빠르게 손이 바뀌었습니다.동시에 중저가 작품군도 활발한 반응을 보였는데요, 수천 달러대의 회화나 사진, 에디션 작품이 빠르게 판매되었습니다. 특히 일본 스트리트 아티스트 Backside의 작품은 전시 시작과 동시에 완판되었다는 소식이 화제가 되었습니다. 이 흐름은 MZ세대 컬렉터들의 적극적인 참여 덕분이라 할 수 있겠죠.큐레이터의 시선ㅣ성숙해지는 한국 미술시장-이번 9월의 아트페어는 단순한 축제가 아니라, 성숙해지는 시장의 모습을 보여주었습니다. 몇 년 전만 해도 ‘누가 더 빨리, 더 비싸게 산다’는 경쟁이 부각되었다면, 이제는 작품의 본질적 가치와 작가의 목소리에 귀 기울이는 태도가 뚜렷해졌습니다.특히 MZ세대 컬렉터들의 적극적인 참여는 한국 미술이 일시적인 유행을 넘어, 미래 지향적인 시장으로 성장할 수 있음을 보여줍니다. 이제 컬렉터들에게는 작품을 통해 감동을 얻는 동시에 전략적 시각을 유지하는 균형이 더욱 중요해지고, 갤러리와 작가들에게는 각자의 위치에 맞는 현명한 전략적 선택이 요구됩니다.앞으로 한국 미술은 블루칩과 신예가 공존하는 다층적 시장 속에서 한층 더 넓게 확장될 것입니다. 결국 이번 9월은 한국 미술시장이 불확실성 속에서도 꿋꿋하게 성장할 수 있는 힘을 증명한 시기였습니다. 저는 이 변화가 단기적인 성과를 넘어 앞으로 한국 미술계가 더 단단한 구조와 국제적 위상을 쌓아가는 발판이 될 것이라 확신합니다.글 큐레이터 임혜지